원상회복 요구와 권리금
— 임대인의 원상복구 주장이 권리금 회수를 막을 수 없는 이유
임대차가 끝나갈 무렵,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가게를 원상복구부터 해 놓아라. 그 전에는 새 임차인이고 권리금이고 논의할 수 없다." 원상복구 비용을 둘러싼 다툼이 시작되면,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원상회복을 둘러싼 분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가 정한 권리금 보호가 소멸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제도가 왜 분리되는지, 임대인이 원상복구를 협상 카드로 쓸 때 임차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법리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원상회복 의무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하면서 원래 상태로 회복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입니다. 회복의 범위는 계약서의 약정 내용, 임차 당시의 상태, 시설의 성격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집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가 정한 법정 보호입니다.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왜 별개인가 — 두 제도의 구조가 다릅니다
원상회복 의무는 임대차계약에서 나오는 임차인의 채무이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법률이 임차인에게 부여한 법정 보호입니다. 발생 근거가 다르고, 상대방도 다릅니다. 원상회복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이행할 문제이지만, 권리금은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으로부터 받는 돈이며 임대인은 그 회수를 방해하지 않을 의무를 질 뿐입니다.
따라서 원상복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거나 복구 범위에 다툼이 있다는 사정은,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고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를 막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원상회복 분쟁은 분쟁대로 정산·협의 또는 소송으로 해결하고, 권리금 회수는 회수대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임대인이 원상복구를 앞세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원상복구 비용을 부풀려 보증금에서 공제하거나, 임차인이 지쳐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게 만들려는 협상 전략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임차인이 두 문제를 뒤섞어 "복구가 끝나야 권리금을 논의할 수 있다"는 프레임을 받아들이면, 주선 기간(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을 놓쳐 회수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원상복구를 이유로 신규임차인을 거절한다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의 방해행위로 네 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①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직접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②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③신규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④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입니다.
임대인이 "원상복구가 안 됐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한다면, 그것이 ④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법이 예시하는 정당한 사유는 신규임차인의 자력 부족,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 임대인의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사용,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입니다. 원상복구 다툼이 있다는 사정이 곧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결국 개별 사안에서 거절의 실질적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임차인의 실전 대응 5단계
- 주선 기간을 지키십시오.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고, 권리금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합니다. 원상복구 다툼과 무관하게 이 일정은 그대로 진행합니다.
- 주선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신규임차인의 인적사항과 권리금 액수를 내용증명 등으로 임대인에게 통지하여, 임대인의 수락·거절 태도가 증거로 남게 합니다.
- 원상복구 요구는 서면으로 받아 범위를 특정하십시오. 어떤 시설을 어디까지 복구하라는 것인지 목록화를 요구하고, 계약서의 원상회복 약정과 입주 당시 상태(사진·도면)를 대조합니다.
- 두 문제를 분리해 답변하십시오. "원상회복은 협의·정산으로 해결하되,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 여부는 별개로 회신해 달라"는 취지를 서면으로 명확히 합니다.
- 거절이 계속되면 손해배상을 검토하십시오. 임대인의 방해행위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의 소멸시효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와 유의사항
| 항목 | 내용 |
|---|---|
| 배상액 상한 |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 권리금(감정평가) 중 낮은 금액 |
| 소멸시효 |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 |
| 지연이자 |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 (법정이율 연 5%) |
| 보호 제외 사유 | 차임을 3기분에 이르도록 연체한 경우 등 — 분쟁 중에도 차임 지급 유지 필요 |
| 처리기간 | 평균 10~14개월 (법도 권리금소송센터 실데이터, 사안·법원 일정에 따라 상이) |
한편 원상회복 분쟁이 별도로 진행되어 임차인에게 복구 의무 불이행 부분이 인정되면, 그 부분은 보증금 정산 등에서 다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권리금 손해배상 사건에서 임차인에게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론이므로, 임차인 스스로 계약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갖추는 것이 소송에서도 유리합니다.
참고로 2019년 5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7다225312)은 임대차 기간이 10년을 초과한 임차인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받는다고 판단하여, 권리금 보호를 다른 사유로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습니다. 원상회복 분쟁 역시 권리금 보호를 소멸시키는 사유가 아니라는 점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원상복구 압박에 권리금까지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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