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권리 상가"라고 광고하는 자리, 임대인이 직접 권리금을 받는 구조를 의심해야 하는 이유
"권리금 없는 점포", "무권리 입점" — 창업자에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문구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임대인이 시설비, 바닥비 명목의 돈을 따로 요구한다면, 이름만 바뀐 권리금일 수 있습니다.
"무권리"라는 말에 법적 정의는 없습니다
"무권리 상가"는 법률 용어가 아니라 광고 용어입니다. 원래 의미는 "나가는 임차인에게 지급할 권리금이 없는 자리", 즉 공실이거나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요구하지 않는 점포를 가리킵니다. 이런 자리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신규임차인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문구 뒤에 다른 구조가 숨어 있는 경우입니다. 기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던 자리에서, 임대인이 그 거래를 거절해 임차인을 빈손으로 내보낸 뒤 "무권리 상가"로 광고를 내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시설비·바닥비·입점비 같은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이 받았어야 할 권리금이 임대인의 주머니로 이동한 셈이 됩니다.
권리금은 영업시설·거래처·신용·영업상 노하우·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이점 등에 대한 대가입니다. 명칭이 시설비든 바닥비든, 실질이 이런 가치의 대가라면 권리금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법은 명칭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돈의 흐름으로 보는 두 구조
신규임차인 → 기존 임차인
신규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고 영업 가치를 인수합니다. 임대인은 새 임대차계약의 보증금·차임만 받습니다. 법 제10조의4가 예정한 회수 구조입니다.
신규임차인 → 임대인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의 주선 거래를 막거나 임차인을 내보낸 뒤, 신규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 성격의 돈을 요구합니다. 제10조의4 제1항 제1호의 방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방해행위 4유형 — 첫 번째가 바로 이것
| 유형 | 내용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
|---|---|
| 제1호 |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에게 임대인이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신규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 "무권리 상가" 구조에서 가장 문제되는 유형 |
| 제2호 | 신규임차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
| 제3호 | 신규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
| 제4호 |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법 제10조의4 제2항은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을 계약 거절의 정당한 사유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즉 임대인의 모든 거절·수수가 자동으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며, 돈의 명목과 실질, 거래 경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증거와 사실관계 정리가 중요합니다.
입장별 대응 — 나가는 임차인과 들어가는 사람
내보내진 기존 임차인이라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신규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거절했고, 그 자리가 이후 "무권리 상가"로 광고되며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돈을 받는 정황이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배상액 상한은 신규임차인이 지급하기로 했던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감정평가) 중 낮은 금액이고, 소멸시효는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입니다.
증거로는 주선 경과(문자·내용증명), 권리금계약서, 거절 통보, 그리고 퇴거 후 해당 점포의 광고 내용과 새 임차인의 입점 경위 자료가 쓰일 수 있습니다. 소송으로 가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지연이자가 붙으며, 법도 권리금소송센터의 사무소 실데이터 기준 처리기간은 평균 10~14개월입니다.
"무권리 상가"에 들어가려는 사람이라면
-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차임 외의 돈을 요구한다면 그 명목과 근거를 서면으로 요구하십시오.
- 직전 임차인이 왜 나갔는지 확인합니다. 권리금 분쟁 끝에 나간 자리라면, 그 분쟁이 새 임대차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 시설비 명목이라면 실제 임대인 소유의 시설이 무엇인지 목록으로 특정하고 계약서에 기재합니다.
- 지급하는 모든 돈은 명목을 적어 계좌이체로 남깁니다. 현금 지급 요구는 그 자체로 경계 신호입니다.
- 몇 년 뒤 나갈 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인지 생각해 봅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는 환산보증금과 무관하게 모든 상가 임대차에 적용되지만, 3기 차임 연체 시에는 보호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임대인이 "권리금이 아니라 시설비"라며 돈을 요구합니다. 그러면 문제없는 건가요?
- 명칭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실제 소유한 시설의 대가라면 별개 문제일 수 있으나, 위치의 이점이나 기존 영업 가치에 대한 대가라면 실질은 권리금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요구 명목과 근거를 서면으로 받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 Q. 제가 주선한 신규임차인을 임대인이 거절하더니, 얼마 뒤 그 자리가 무권리 상가로 광고되고 있습니다.
- 정당한 사유 없는 거절(제4호)과 임대인의 권리금 수수(제1호)가 함께 문제될 수 있는 정황입니다. 주선 자료와 광고 내용, 새 임차인 입점 경위를 확보해 두시고,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십시오.
- Q. 10년 넘게 영업해서 갱신요구권이 없는데도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나요?
- 가능합니다. 2019년 5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7다225312)은 전체 임대차 기간 10년을 초과한 임차인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받는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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